최근 대한폐암학회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환기가 잘되지 않는 곳에서 요리하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폐암이 발생할 확률이 1.5배 높았고, 거의 환기가 되지 않는 곳인 경우 무려 5.8배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요리를 할 때 발생하는 연기도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밀폐된 곳에서 요리를 하더라도 창문을 열거나 환풍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40대 후반 여성 A씨는 건강검진을 통해 폐에 작은 결절을 발견했다. 평소 꾸준한 운동을 하는 등 건강에 자신 있었고 기침이나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을 겪어본 적이 없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족들의 권유로 대형병원을 찾아 정밀 검진한 결과 ‘폐암 2기’라는 충격적 진단을 받았다.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부동의 1위다. 폐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30%대로 알려져 있으며, 4기 이상의 말기 폐암은 5년 생존율이 8.9%로 매우 낮다. 대표적인 증상은 마른기침, 객담 및 객혈, 가슴통증, 쉰 목소리, 호흡곤란 등이다. 체중이 급격하게 감소하거나, 만성 피로를 겪기도 한다. 어느 정도 진행이 된 후에도 감기와 기침, 가래 등의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매우 어렵다.
비흡연 여성도 안심할 수 없어
폐암의 80%는 흡연에 의해 발생한다. 흡연자의 폐암 발생 위험은 비흡연자의 15배에 달한다. 하지만 비흡연자라고 폐암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다. 특히 여성 폐암 환자의 80% 이상은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다. 이러한 비흡연 여성 폐암의 원인으로는 간접흡연, 미세먼지 및 대기오염물질, 음식 조리 시 발생하는 오염물질 등이 거론된다. 특히 환기 시설이 열악하거나 고온의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조리시설은 폐암 발생 위험이 매우 높은 곳이다.
명지병원 폐암·폐이식센터 백효채 센터장은 “비흡연 여성의 폐암은 ‘조리흄’이라고 하는 튀김이나 볶음 요리를 할 때 배출되는 고농도 미세먼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며 “음식 조리 시에는 자주 환기해야하며, 마스크를 쓰는 것이 폐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죽음의 미세입자 ‘조리흄’, 폐암 발병 위험요소
고온에서 기름을 사용한 볶음이나 튀김 등 요리를 할 때 유해물질이 발생하는데 이를 ‘조리흄’이라고 한다. 국제암기구(IARC)에서는 지난 2010년 조리흄을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조리흄은 입자가 초미세먼지 보다 작아 ‘죽음의 미세입자’로 불린다. 이를 들이마시게 되면 폐포 깊숙이 침투해 염증을 유발하고 폐암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10년 넘게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던 급식노동자가 폐암으로 숨지는 사례가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조리흄에 노출된 것이 폐암 발생의 원인이라고 판단했고, 업무상 질병 관련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이어 지난 6월에도 충북의 한 중학교 조리사로 근무하던 조리사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국내 전체 폐암 환자 중 약 30%는 비흡연자이고 이 중 상당수가 여성이다. 비흡연성 폐암이 여성에서 많이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로 조리 시간이 비교적 많아 조리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꼽고 있다.
폐암 조기발견 생존율 80%, 비흡연자도 폐암 검진 필요해
폐암은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어 조기발견이 어려운 질환 중 하나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기만 한다면 생존율이 80%이상이다.
전순호 인천나은병원 흉부외과 과장은 “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기침 등 증상이 발생하면 대부분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아 조기발견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비흡연자의 경우 폐암에 대한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고 의심하지 않기 때문에 조기발견이 더욱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간접흡연, 라돈, 석면, 조리흄 등 유해물질에 장시간 노출되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면,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정기적인 폐암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고위험군이라면 정기적으로 검사 받아야
폐에는 신경이 없어 암이 진행돼도 증상이 거의 없고,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3기 이상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치료 예후가 불량하고 사망률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폐암은 무엇보다 조기 발견을 통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최근 국가암검진에 저선량CT 폐암 검진이 도입되며 초기 폐암 생존율이 증가하고 있다. 저선량CT란 환자에게 노출되는 방사선량을 6분의 1로 최소화해, 방사선 촬영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인 검사법이다. 폐암 검진 권고안에 따르면 평소 폐질환을 앓고 있거나 폐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만 54세 이상부터 만 74세 이하 성인 중 흡연력이 있는 경우에는 저선량 흉부CT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