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스티드 게코와 레오파드 게코 사이에 결정을 하기 힘드신 분들이 계신것 같습니다. 두 종 사육의 쉬운점과 어려운 점을 한번 비교해보려 합니다. 아직 초보 집사긴 하지만, 4계절동안 크레스티드 게코와 레오파드 게코를 키우면서 느꼈던 두 종의 사육시의 장단을 경험하였습니다. 입문자에게 결정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써보려 합니다. 유전병, 브리딩, 거식, 발정 같은 특수상황 이나 고급 내용은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1. 파충류 세계로의 진입장벽은 크레스티드 게코가 낮음
사람들이 크레스티드 게코가 쉽다고 얘기를 하지만, 정확한 의미는 진입장벽이 낮다 입니다. 보통 애완동물을 개, 고양이, 물고기 등으로 생각하는 사람 관점에서, 파충류 사육에는 두 가지 큰 진입 장벽이 있습니다. 하나는 살아있는 곤충을 먹여야 하는것, 둘째는 열원의 공급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집의 벌레를 박멸하려는 마당에 집에 벌레를 돈주고 사온다는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전기장판이나 스팟 같은 열원을 24시간 틀어놔야하는 것도 쉬운 인식의 전환이 아니죠. 실제 전기장판 화재만 쳐봐도 많은 질문 글이 있습니다. 크레스티드 게코는 이 두가지 큰 진입장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슈퍼푸드만으로 사육을 할 수 있고, 열원도 집이 춥지 않다면 필요없습니다. 크레스티드 게코가 인기가 많은 종인 것은 아무래도 이 진입장벽이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2. 청결 관리는 레오파드 게코가 더 편함
바빠졌을 때, 레오파드 게코가 너무 이뻐지고 크레스티드 게코는 미워지는 이유가 있는데 바로 청결 관리 때문입니다. 레오파드 게코는 똥을 한 군데에만 쌉니다. 그래서 똥을 싸는 위치만 파악하면, 거기에 키친타올을 더 깔아주고, 그 부분만 갈아주면 됩니다. 반면 크레스티드 게코는 진짜 아무데나 쌉니다. 바닥에도 싸고, 백업에도 싸고, 벽에도 싸고, 심지어 밥그릇 안에 쌀때도 있습니다. 냄새나면 똥싼데를 찾아야 하고, 씻기 어려운 데에 싸면 진짜 한대 때리고 싶습니다. 또한 크레스티드 게코는 사육장 습도가 높기 때문에 전체 물청소를 자주 해줘야 곰팡이나 세균 증식을 막을 수 있습니다. 1주에 1번 권장이고, 2주에 1번은 해줘야 청결 문제가 없습니다. 레오파드 게코는 건계이기 때문에 1달에 1번 정도도 충분하고, 워낙 평소에 청결관리가 잘 되기 때문에 청소가 어렵지 않습니다.
3. 초기 사육비용은 크레스티드 게코가 낮음
비용적인 부분은 안 쓸까하다가 그래도 정보가 필요한 분들이 있을것 같아 씁니다. 초기 사육 용품은 크레스티드 게코가 정말 간단합니다. 사육장, 백업 몇개, 코르크보드, 슈퍼푸드, 밥그릇, 온습도계면 바로 사육을 할 수 있습니다. 슈퍼푸드만 먹이면 칼슘 같은것도 필수가 아니라 뺐습니다. 레오파드 게코는 이에 비해 준비할게 많습니다. 사육장, 습식 은신처, 건식은신처, 웜디쉬, 전기장판, 자온조, 온습도계, 밀웜, 밀기울, 칼슘제, 멀티비타민 정도는 구비해야 합니다. 대신, 레오파드 게코는 이 초기물품을 구매하면, 밀웜과 밀기울 외에는 더 살게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밀웜 번식을 시작하면 밀웜구매 비용마저 없어집니다. 크레스티드 게코는 슈퍼푸드를 계속 사야하고, 개체 크기가 커짐에 따라 사육장과 용품을 바꾸는 비용이 조금 생깁니다.
4. 온습도 관리는 레오파드 게코가 편하고, 크레스티드 게코가 쉬움
온습도관리는 레오파드 게코가 편하지만, 습도 관리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경우가 있습니다. 레오파드 게코는 정말 온습도 관리가 너무 편합니다. 자온조만 맞춰주면 온도는 신경쓸 필요도 없고, 습식 은신처만 가끔 관리하면 습도도 많이 신경 쓸게 없습니다. 크레스티드 게코는 한여름 불볕더위에 28도 이하로 맞추도록, 에어컨을 틀던가 아이스팩을 올리던가 뭔가 해야합니다. 습도도 매일 분무하는 것도 엄청 귀찮고, 건조해지는 가을부터 봄까진 습도 높이는것도 일입니다. 이럴땐 천연 바닥재 추천합니다. 편하다와 쉽다를 구분한 이유가 있는데, 레오파드 게코 사육장은 장마철 같이 습도가 높을 때 도저히 이를 낮출 쉬운 방법이 없습니다. 드릴을 사다가 환기구도 더 뚫어보고, 문에 철망도 달아보고, 물먹는 하마같은 제습제도 넣어봤지만, 습도는 안 잡힙니다.
5. 핸들링 길들이기는 레오파드 게코가 쉬움
개체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국내와 해외 사육정보를 찾아보면, 레오파드 게코는 한번 길들여지면 이게 유지되지만, 크레스티드 게코는 계속 길들여야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테이밍이 된 레오파드 게코를 2달동안 핸들링을 하지 않고, 2달 후에 핸들링을 시도하면 여전히 사람 손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크레스티드 게코는 이렇게 핸들링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다시 사람 손을 피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손의 그 느낌을 잊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핸들링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 개체들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둘다 사육장에 손을 넣어도 도망가지 않는 수준으로 길들였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바빠 핸들링을 못했는데, 레오파드 게코는 여전히 핸들링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크레스티드 게코는 다시 도망가기 시작했습니다. 테이밍하기 귀찮아서 더 이상 핸들링을 안하게 됩니다.
결론
이 정도로 비교를 마칩니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뭐가 더 난이도가 쉽냐고 물으시면, 둘 다 너무 쉬우니 맘에 드는 쪽으로 결정하시라 입니다. 청결관리가 크레스티드 게코가 번거롭다고 했지만, 한마리만 키우는거면 이건 일도 아닙니다. 오히려 심심해서 개체를 더 들여올까 고민하게 됩니다. 결론을 이렇게 내리니 이 글을 왜 썼지? 그래도 전혀 감이없는 입문자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여 글 올리고, 혹시 내용 중에 추가하거나 수정할 부분있으면 댓글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