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스티드 게코 해칭과 알의 보관시 유의사항

크레스티드 게코를 키우는 분들이 많습니다. 워낙 크레스티드 게코 알이 해칭이 쉽습니다. 많은 분들이 메이팅을 통해 유정란을 얻어서 해칭시도를 하고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해칭 관련 정보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유튜브나 블로그, 카페 글 등을 통해 캔들링을 하는 법이나 온도에 따른 평균 해칭일, 해칭 유도하는 법, 알 째주기 등 해칭과 관련된 정보들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경험이 없는 분일수록 지금 세팅해둔 알이 잘 크고 있는지? 뭔가 잘못된건 아닐지 걱정되는 마음에 해칭일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조급해지기 쉽습니다. 그럴수록 뭔가 내가 따로 해줘야하는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커져갑니다. 그러다 인터넷에 나와있는 평균 해칭일이 되고도 알에서 아이가 나오질 않습니다. 점점 알을 째줘야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하루하루가 뭔가 잘못된건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인데 알이 너무 질기거나 눈꽃알이어서 못나오는 건가 걱정이 됩니다. 그렇게 걱정하고 걱정하다 이정도면 안되겠다 생각합니다. 애가 나오고 싶은데 못나오는 것 같으니 내가 도와줘야겠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알을 째주는 순간 그 알은 손 쓸 방법 없이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내손으로 원래 태어났을 수 있었던 크레스티드 게코를 죽인 꼴이 되어버립니다. 죄책감은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무거운 마음의 짐이 될겁니다. 저는 해칭에 대한 경험이 많이 없는 분들에게 알째기는 일체 하지마시라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크레스티드 게코 해칭

해칭시 유의사항 3가지

1. 온도에 따른 평균 해칭일은 어디까지나 평균값이다.

사람마다 해칭하는 환경이 다릅니다. 누구는 미니짱에, 누구는 와인 냉장고에, 누구는 수태에 넣거나 슈퍼해치에 넣거나 사람마다 해칭을 하는 바닥재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고 바닥재에 물을 얼마나 적셨는지도 모두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세팅해놓은 알의 해칭일을 파악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평균 온도에 따른 해칭일’이 아니라 ‘내가 세팅해놓은 해칭환경 하에 해칭일’이 언제인가를 아는 것입니다. 프로분들은 보통 온도가 가장 안정적으로 골고루 유지되는 와인셀러나 전문 인큐베이터 등에서 저온해칭을 합니다. 모두 같은 바닥재에 비슷한 수분감, 온도의 편차가 거의 없게 고정된 온도에서 나오는 알들은 해칭일이 거의 비슷하게 고를 것이고 이는 모두에게 유용하고 신뢰할만한 좋은 데이터가 됩니다. 하지만 초보자분들의 해칭환경은 절대 처음부터 이렇지 않습니다. 보통 크레스티드 게코용 인큐베이터로 가장 보급형으로 미니짱같은 소형 전자제품들을 쓰실겁니다. 이 제품들은 값이 싼만큼 제품 내부 온도가 외부 온도에 영향을 정말 잘 받습니다. 온도가 고르게 유지가 잘 안된다는 뜻입니다. 똑같은 23도를 세팅해놔도 상부와 하부의 실제 온도가 다르고 여름철과 겨울철의 내부온도가 달라집니다. 그 상황에서 과연 같은 평균 해칭일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그러한 평균 해칭일은 참고만 할 수 있지 완벽하게 적용은 불가능한 데이터입니다.

2. 내가 세팅한 온습도가 실제 온습도가 아닐 수 있다.

위의 상황과 연결된 문제입니다. 미니짱같은 보급형 냉장고는 외부온도에 영향을 매우 잘 받는 편이기 때문에 온도를 23도로 세팅해뒀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23도보다 높거나 낮을 수 있고 심지어 상부와 하부온도도 다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알통 안쪽이나 근처에 아날로그 또는 디지털 온습도계를 넣어서 실제온도를 측정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3. 해칭일은 클러치메이트 끼리도 다를 수 있다.

가장 마이너한 문제점이지만 이 점의 요지는 알 각각의 개체차이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가끔씩 한 클러치가 해칭하더라도 다른 클러치는 대략 2~3일 뒤까지 나중에 해칭하기도 합니다. 보통 한 클러치가 태어나면 다른 클러치도 거진 해칭 준비는 완료된 상황이라고 보셔도 되긴 합니다. 다만 한 아이가 나왔는데 다른 아이가 안나왔다고 늦게 나올 아이가 못나올 아이라고 오해하지 마시고 놔둬보시는게 좋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해칭 초보자를 위한 조언

초보자분들도 알을 째줘야하는 상황은 1가지 상황 뿐입니다. 해칭일에 도달했는데 알이 살짝 찢어지고 그 틈새로 투명한 물이 나올때 입니다. 발견 이후 30분~ 1시간 내로 나오지 않으면 째줘야합니다. 그 외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멀쩡한 알을 째는 행위는 도움이 전혀 되지 않습니다. 결국 해칭하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내가 세팅해놓은 해칭환경 하에 해칭일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이 포인트는 절대로 한두번 해칭해서는 얻을 수 없는 반복된 경험을 통한 숙달밖에 답이 없기 때문에 해칭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 분들은 해칭일에 임박했다고 뭔가 다른걸 해주는 것보다 가만히 놔두시는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전문적으로 기르는 브리더는 아니기에 수태에서 상온해칭을 하고 있고 여지껏 약 서른마리 이상의 아이들을 해칭했지만 단 한번도 알을 째준 적이 없습니다. 애먼 키친타올에 낳아서 쪼그라들어버린 알을 제외한 눈꽃알, 패각이 부족하게 나온 알을 포함한 모든 알들은 이 세팅으로는 단 한번의 실패없이 멀쩡히 잘 나왔습니다. 그러니 해칭일에 임박했다고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알이 멀쩡하게 빵빵해져 있다면 아이를 믿고 가만히 놔두시길 바랍니다. 여담으로 정상적으로 알이 해칭일에 임박했다면 아주 서서히 처음 모습보다 부풀게 되는데 해칭 예정일의 약 2주 전부터 눈에 띄게 알 옆쪽이 빵빵해지기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크고 길쭉한 알일수록 럭비공에 가까운 모양이 되고 작은 알이면 거의 구에 가까울 정도로 빵빵해진다면 정상적으로 잘 자라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갓 산란한 알과 해칭임박한 알의 크기 및 모양 차이

만약 해칭일에 임박해가는데 오히려 알이 쪼그라들어 있다면 막바지로 갈수록 속도가 붙는 아이의 성장세에 비해 수분공급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알이 쪼그라들어 있다면 이미 아이도 잘못되어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크레스티드 게코 알 보관시 유의사항

저는 수분공급 문제때문에 플라스틱 트레이보다는 촉촉한 바닥재에 직접 반쯤 심어두는걸 추천하는 편입니다. 알에 물이 닿으면 안된다는 말은 어디까지나 맹물이 알 표면에 맺히거나 묻으면 좋지 않다는 뜻이지 촉촉한 바닥재를 통한 적절한 수분공급은 알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됩니다. 사용중인 알통의 수준이 조잡하더라도 해칭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해칭의 최소요건을 충분히 충족했기 때문입니다. 죽어있는 알은 내부의 물이 불투명한 콧물과 비슷한 색으로 나옵니다. 살아있는 알이라면 내부의 물은 계란 흰자와 같이 투명합니다.